<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왼쪽)과 렉스턴 뉴 아레나>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쌍용자동차에서 이름을 바꾼 뒤 처음 공개한 신차모델은 '렉스턴 뉴 아레나'와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이다.
2001년 처음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렉스턴'의 명맥을 이어가면서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 시리즈 '렉스턴 스포츠&칸'을 발판삼아 SUV·픽업 시장을 동시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지난 12∼13일 강원도 고성부터 화천, 춘천까지 총 220㎞ 구간에서 뉴 아레나와 스포츠 칸 쿨멘을 번갈아 운전했다.
우선 12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화천 평화의댐까지 123㎞를 함께한 차는 스포츠 칸 쿨멘이었다. 막연히 투박하겠다고 생각했던 픽업이지만, 막상 마주하니 내외부 곳곳에서 세련미가 묻어났다.
차량 전면 팔각의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는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이 풍겼다. 전작에 붙었던 구 쌍용차 로고가 수출용 로고인 날개로 변경된 점도 눈에 띄었다. 실내에서는 터치식 공조 장치와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하이엔드 픽업'이라는 소개처럼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역동적인 주행감과 함께 승용차에 버금가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18인치 AT(전천후) 타이어를 장착하면서 노면 상태가 더 잘 느껴졌고 주행 소음도 크게 들렸지만, 운전하면서 계속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인제, 양구 부근의 굴곡이 심한 도로 총 33㎞ 구간을 달리며 급히 방향을 틀 때는 차량이 다소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구간에서는 방향 제어를 보조하는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도 큰 도움이 못됐다.
IACC 기능은 핸들 오른편에 달린 스위치로 작동할 수 있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온/오프'로만 표기돼 있어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포츠 칸 쿨멘과 뉴 아레나의 진가는 이튿날 오프로드에서 발휘됐다.
평화의댐에서 시작해 인근 산꼭대기의 일명 '전두환 전망대 터'(해발 891m)까지 두 차를 이용해 왕복 16㎞를 달렸다.
산길을 오를 때는 뉴 아레나를, 내려올 때는 스포츠 칸 쿨멘을 탔다. 험하고 좁은 오르막길에서 사륜구동(4WD) 고단(4H) 기어로 전환하니 차량 전체에서 강인한 구동력이 느껴지면서 무리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이어 4WD 저단(4L) 기어로 바꾸자 가파른 경사로에서도 안정감을 느끼며 오프로드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 몸이 흔들렸지만, 위아래로 가볍게 통통 튀는 느낌일 뿐 멀미가 날 정도의 요동은 아니었다.
하산할 때는 두 차량 모두에 장착된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 기능을 사용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급가속 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차가 서서히 내려왔다.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에서 오른발의 피로가 한결 덜어졌다.
차로 변경 시 후측방 경고를 비롯해 차선 유지 보조, 안전거리 경보 등 기본 모델부터 탑재된 최신 안전 사양 덕에 조금만 위험하게 운전해도 경고가 울리는 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 적재함>
다만 스포츠 칸 쿨멘과 뉴 아레나는 모두 디젤엔진을 적용한 차량으로, 전기차 시대에 내연기관 모델만 선보인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KG모빌리티가 새 사명을 발표하며 전동화 등 미래지향적 기술 개발·적용, 이를 기반으로 한 이동성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다음 모델은 렉스턴의 명성을 잇는 전기차를 기대해 본다.
(화천=연합뉴스) 임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