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게이트와 미세먼지 논란으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어지면서 독일계 수입차들의 판매량이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수 보유한 미국과 일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확대됐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판매된 수입 디젤차는 총 7만5,676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8만2,023대에 비해 판매량이 7.7% 감소했다.
☞상반기 폭스바겐 판매 33.1% 감소..벤츠는 6.8%늘어
업체별로는 디젤차 비중이 높은 독일계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 감소가 뚜렷했다. 특히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아우디 폭스바겐 브랜드의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누계 판매실적은 6월 기준 각각 1만2,463대, 1만3,0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33.1%, 10.3% 급감했다.
BMW 역시 전년 상반기 2만4,206대에 비해 1,000대 이상 감소한 2만3,15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전년 20.20%에서 19.83%로 4.3%포인트 축소됐다.
독일계 수입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만이 전년에 비해 6.8%포인트 확대된 2만4,488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 많은 미국, 일본 브랜드는 약진
반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수 보유한 포드, 혼다, 토요타, 렉서스 등 미국과 일본의 수입차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들어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포드는 링컨 MKZ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국내 판매실적은 올해 상반기 기준 5,738대로 전년 같은 기간 5,625대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2.0%포인트 확대됐다.
하이브리드 전용차량인 CT200H 등으로 고급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렉서스의 판매실적도 크게 늘었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에서 총 4,489대를 팔아 전년 3,651대에 비해 1,000대 가까이 확대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혼다와 토요타 등의 판매실적도 최대 700대가량 늘었다.
이들 수입 브랜드의 판매량이 확대된 덕에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실적도 전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57% 이상 증가한 6724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클린 디젤을 내세워 국내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던 독일계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실적 감소가 두드러진다"며 "독일계 브랜드들이 여전히 절대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폭스바겐게이트 이후 수입차 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디젤차 입지 더 좁아질 듯
업계는 수입 디젤차의 점유율 하락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상용화 등 친환경차 개발을 둘러싼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잡으려는 정부가 노후 경유차 폐차 및 신규차량 구입 비용 지원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어 수입 디젤차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가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하면 폐차지원금과 함께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또 2006년 12월 이전 등록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규 승용차를 구입하면 개소세를 차량가격의 5%에서 1.5%로 깎아주는 제도가 연말까지 시행된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폭스바겐게이트 이후 독일계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어졌다"며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렉서스와 토요타의 판매실적 확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