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와 환경규제 강화 등에 맞춰 슈퍼카 브랜드도 연이어 연비 개선 모델을 출시하는 중이다. 연비는 고려 대상에조차 들지 못했던 슈퍼카의 오랜 전통이 붕괴하고 있는 셈이다. ‘억’ 소리 나는, 콧대 높은 슈퍼카도 결국 고유가의 광풍(狂風)은 피할 수 없나 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튜닝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는 내년 여름께 메르세데스 벤츠의 A클래스를 고성능화한 A클래스 45 AMG를 출시할 계획이다.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가장 작은 모델로, 메르세데스 벤츠 내 대표적인 고연비 모델이다. 수억원대의 모델을 생산하는 메르세데스 AMG가 A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출시한다는 점에서 AMG 내부에서도 의미가 큰 변화다. 토비아스 뫼르스 메르세데스 AMG 차량개발 총괄 디렉터는 최근 독일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제 연비가 AMG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며 “향후 신모델을 출시할 때 연비가 기존 대비 30% 이상 향상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A클래스 45 AMG가 그 첫 작품으로, 연비가 100㎞당 7ℓ(약 14.3㎞/ℓ) 수준이 될 것이라고 토비아스 뫼르스 디렉터는 설명했다. AMG 모델 중 연비가 10㎞/ℓ를 넘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인 고연비 모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슈퍼카시장에선 10㎞/ℓ 이상의 모델은 극히 드물다. 1억원 이하의 가격(9430만원)대로 AMG에서 가장 대중적인(?) 모델 C63 AMG 역시 공연 연비는 6.7㎞/ℓ에 불과하다. 토비아스 뫼르스 디렉터는 “향후 AMG 판매는 A클래스 모델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슈퍼카 고객도 연비를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 포르셰도 마찬가지다. 포르셰 측은 “최근 ‘인텔리전스 퍼포먼스’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는 고속주행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연료 효율,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도 모두 관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
람보르기니의 아벤타도르 LP700-4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자체 개발해 차체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이면서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무르시엘라고에 비해 20%나 감축했고, 재규어는 최근 신형 2.2D 터보디젤 엔진을 장착한 뉴 XF 2.2D를 출시하며 공인연비를 14.4㎞/ℓ로 끌어올렸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 |